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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 하는 곳입니다.

선생님 2009-11-03 21:31 조회 수 3463 댓글 수 0


 

 

 

드높은 하늘 아래 수려한 물줄기 아침햇살 아름다운 그 곳에서 어디로 향하는가! / 떨어지는 물방울에 일렁이는 고요의 움직임은 눈앞에 보이는 물줄기가 아니렷다! / 고요히 떨리는 물줄기 다시금 강약의 운율을 품은 물방울로 화해 높이 솟은 가을 하늘 아래서 경쾌함과 감미로움은 뒤로 한 채 엄숙하게 내리기 시작한다. / 이제 무형의 붓질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1. 사물성

그간 많은 논자들이 그의 작품에 대하여 하이퍼리얼리즘과 포토리얼리즘에 준하여 형식미를 논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작품에 드러난 붓의 존재의 도드라짐에 주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폭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그의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붓은 그러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또한 그가 한결같이 작품제목을 붓으로 하고 있는 것에도 충분히 붓에 대한 존재의 외침을 읽어가기 충분하리라는 주관적인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유일하게 장시간 등장하며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붓이라는 사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정웅의 그림에서 붓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은 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림 속의 붓이 그려낸 추상적 흔적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그의 붓의 도드라짐,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붓으로 보여지는 것은 극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진 붓이기 때문보다는 아마도 그림 속에서 붓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붓이 만들어 낸 다양한 외침의 흔적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정웅의 그림은 붓과 붓이 배설한 먹물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 듯하다. 즉 그의 그림에서 시각적으로 중심에 선 붓과 공간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그림 속 붓의 붓질의 흔적은 붓에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살아있는 붓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2.사실과 추상의 두 가지 충동

이러한 붓과 붓이 만들어 낸 명암 혹은 붓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다양한 형태의 표현은 이정웅 작가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구상과 추상이 혼합된 요소로 보여진다. 인간이 창작하고 싶은 욕구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뿌리가 존재한다고 한다. 즉 하나는 대상의 재현 중점을 두는 모방의욕과 다른 하나는 정신의 내면성을 추구하려는 예술의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시각예술작품에 있어서 작가가 속한 나라와 시대에 따라 혹은 작가의 성향에 따라 구상적 혹은 추상적으로 작품을 표현해왔으며, 요즘은 뜸하지만 구상화가 추상화가 등을 나누기도 했던 시기가 있었다. 여튼 정신을 중시하는 동양과 물질을 중시하는 서양의 풍토가 다른 것처럼 화단에서 이러한 영향으로 구상화 읽기와 추상화 읽기등이 행해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정웅의 작품에 대한 읽기 역시 붓의 극명한 물질성 때문에 그의 작품을 극사실로 표명되는 구상으로 읽기를 즐겨했던 것 또한 사실이지만, 사실 눈앞에 보인 붓은 그의 대리인으로서, 감정이입된 붓으로 이정웅이 쥐고 있는 붓이며, 추상충동에 의하여 상상력에 취하여 표현된 점, 선, 면의 표현의 움직임은 이정웅이 상상력으로 취하여 행해진 상징체계라 볼 수 있다. 많은 논자들이 그의 작품을 극사실로 표명되는 구상으로 읽어왔지만, 그의 그림은 구상과 추상이 한 자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형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가 바로 이정웅만의 긴장감 있는 화폭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라 보여진다.

 

 

 

 



3. 말하기와 부르기

이정웅의 붓은 말하고 붓이 발설한 흔적은 우리를 부른다. 흔히들 우리는 작품이 말을 걸기를 학수고대한다. 이것을 쉬운 예로 설명한다면 우선 '말한다'와 '부른다'의 말뜻을 구별해야 할듯하다. 우선 말한 수 있는 능력은 앎이 기본이 된다. 알지 못하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이정웅의 붓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네지 않는다. 붓은 그저 알고 있을 따름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는 우리가 아닌 화폭에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고스란히 그가 발설한 말은 화폭 위에 때론 조용하게, 때론 야단스럽게, 혹은 부드럽게, 혹은 거칠게 혹은 파격적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그의 붓은 단지 붓의 존재만을 드러낼 뿐이다. 한편 붓이 발설한 배설물은 우리가 알든 모르든 붓에게는 존재를 확인시켜주면서, 작가가 상주하고 있는 상태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그리고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존재에 대하여 발설함으로써 우리를 부른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붓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알려고 붓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영혼이 빠진 죽은 시체를 끌어 안고 가는 형국이 될 수 도 있을 듯하다. 만약 붓만이 덩그러니 있으면 어떨까! 아마도 화폭의 공간 속에 또 다른 미묘한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쩌면 영혼이 없는 신체, 이성만이 있는 냉혈인간 즉 시체와 같이 을씨년함을 지닌 공포스런 작품으로 보여질 듯 하지 않을까!

 

 

 

 

4. 예술작품을 논할 때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움의 의미일 것이다. 필자는 끝으로 그의 작품에 대한 숭고미를 엠마누엘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나온 다음의 구절로 대신하고자 한다. "아름다움이란 대상의 형식과 관계되어있지만 숭고는 형식을 갖추지 않은 대상에 관여되고, 아름다움은 한정된 오성(悟性)개념의 표현이지만 숭고는 한정되지 않은 이성개념의 표현이고, 아름다움은 질의 표상과 결부되어 있지만 숭고는 양의 표상과 결부되어 있다. 아름다움은 직접적인 삶의 촉진 감정인 데 비해 숭고는 간접적으로 일어나는 쾌감 내지 일시적으로 멈추었다가 더욱 거세게 범람하는 감정! 아름다움이 유희적 상상력과 결부되었다면 숭고는 유희가 아니라 엄숙한 것이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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