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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 조성호展 』

조성호, 싼토로니 이아, 91x727cm, Oil on Canvas






전시작가 : 조성호(Cho Sungho)
전시일정 : 2013. 03. 06 ~ 2013. 03. 16
초대일시 : 2013. 03. 06 PM 4:00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8:00

장은선갤러리(Jang Eun Sun Gallery)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66-11
T. 02-730-3533







● 내적(內的) 감성(感性)이 표출(表出)하는 색채의 향연(饗宴)

민병각(서양화가)

화가의 길은 곧 수난의 길이다. - 어느 평자가 고갱을 두고 한 말이다. 고갱(Paul Gauguin)은 35세에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 < 이제부터 나도 그림을 그려야지----->

한파가 기성을 부리던 겨울 막바지 1월 말경, 모처럼 날씨가 봄날같이 포근히 풀리던 어느 날, 조성호 화우의 화실을 찾았다. 우선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 본격적인 전시회가 뜸했던 차에 좋은 기회전으로 잘 알려진 장은선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운 축하인사부터 했다. 그리고 종암동 어느 빌딩 2층에 자리 잡은 화실에 들어서는 순간, 예상했던 대로 화실을 채우고 있는 작품들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맞이하였다. 그러면서 현대미술의 터전을 닦아놓은 3사람, 후기인상파를 떠 올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조성호, 미노코스1, 91x727cm,l Oil on Canvas


폴 고갱은 “너무 자연에 얽매여 그것을 묘사하려 하지 말고 자연을 앞에 하고 꿈을 키우며 그 자연을 추상하라. 그리고 만들어 지는 작품 그 자체보다 창조한다는 일에 치중하라.” 고갱 자신은 이와 같이 자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자연의 재현이 문제가 아니라 자연의 추상을 통해 그리고 색채와 형태를 통해 자신의 꿈과 감동의 등가물(等價物)을 표현하였다. 대담한 색채의 대비, 단순화된 형과 선등은 이와 같은 소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반 고호(Vincent Van Gogh)는 데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회화에는 그 무엇인가 무한한 것이 있다. 이것은 내가 너에게 설명 할 수 없다.--- 색채 안에는 조화와 대비의 그 무엇이 숨겨져 있고 이 자체의 합력(合力)없이는 안 된다” 창작의 무한성과 창작의 가능성이 색의 힘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미술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폴 세잔느(Paul Cezanne)가 그의 친구 에밀 베르나르(Emile Bernard)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 데생과 색채는 결코 뚜렷이 구별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색을 칠 한데에 따라 데생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 한층 색의 조화가 이루어질수록 데생도 확실하게 되어 진다. 색채가 풍부하게 되었을 때 형태도 풍만하게 되는 것이다.”

조성호 화우의 작품에서 순간적으로 느꼈던 감흥은 바로 그 강렬한 색채와 형태, 대담한 화면의 구성과 대비, 이에 따른 조화 등, 더하여 거기에서 오는 그의 강렬한 필세,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이제껏 추구해 왔던 주제인 자연을 이제는 자신의 예술적 심의(心意)와 현대적인 조형의식으로 자유롭게 변용시키기도 하고 대담하게 과장과 생략을 서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화면구도에 대범하고 시원한 전개를 보여주는 자체가 예술적 형상성과 생명감을 부여하는 독자적 화경(畵境)을 펼친다.

오지호 화백의 작품세계를 평한 어느 평론가의 글과 같이 그는 자연에 대한 감격의 표현이요, 그 감격을 대상의 데포르메(déformer)를 통해 새로운 자연에 대한 감격으로 전환 한다. 눈에 보이는 자연미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거기서 느끼고 감동한 바를 자신의 예술 의지와 독자적 표현의지로 자유로운 화면을 창출하고 있다. 그의 필세, 색채 등, 표현대상의 직관성과 강렬성은 그의 체질적 격정과 야성에서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또한 그의 조형적 과정은 어쩌면 자연에 의한 빛과 색채의 조화에서 이루어지는 내면적인 질서에서부터 출발하였다고도 보여 진다. 이는 회화의 본질적 내면의 탐구과정으로 자신의 체질을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근작에서 보여 지는 것은 다채로운 색상, 변화 있는 보색, 대담한 색채의 대입법으로 화면에 감동과 현대감각을 살린다.

작고한 어느 화가는 자기의 고희전에서 ‘철저한 현장 사생을 통하여 신선한 현장 감각으로서 조형적이며 입체적인 생동감 있는 작품이 되어야한다.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더 신선한 표현을 추구하고 싶다”라고 한 적이 있다. 조성호 화우는 수십 년간 그의 화력 인생 거의 전부를 자연과 마주하는 풍경화 사생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대부분 작가들이 그렇듯이 대개 10여년 단위로 소재나 작품경향이 다소 바뀌고 있다. 초기에는 인상파적인 화풍으로 전국을 누비며 사생을 해왔고 그러다 어느 계기로 산을 주제로 10여년 이상을 표현해 왔다. 대작 중심의 창작으로 대형 전시회도 선 보였고 그래서 산의 작가로 많이 알려졌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웅장한 산, 부감법에 의한 골짜기와 산, 멀리 있어도 숨 가쁘게 가까이 닥아 오는 거대한 산봉우리 등이 안정된 색감과 함께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후 작가는 10여 연전부터 해외여행 등의 사생에서 새롭게 감지된 인상을 통해 더 넓은 대상과 표현 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즉 이번 작품전에 선보이는 작품들이 이에 속하는 근작의 표상(表象)이라고 생각된다. 붉은 색((chinese red, scarlet 등), 감청색(prussian blue), 흰색 등이 강하게 대비되면서도 화면에 용솟음치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리스 산토로니의 사생 작품들, 노랑과 짙은 푸른 보라(cdbalt violet), 흰색 등이 어우러진 제주도 풍경, 대담한 구성과 흰색, 군청색(ultramarine blue)등이 대비된 히말라야의 산, 그 이외 울릉도 풍경 등 그 소재가 산의 그림에서 산, 바다, 건물 등으로 작품의 폭을 한층 넓히면서 화면도 더욱 강렬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회의 작품 중 월출산 추경은 깊은 이미지의 내적 감성에 따라 더욱 단순화 되고 강한 색채 표현 등을 보인다. 이는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이 한층 더 개성 있는 작품으로 창조 될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의 탄탄한 조형성과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은 자연에 의미를 두고 대담한 붓질과 정감이 앞지르는 표현으로 우리들의 심상(心想)에 깊이 새기고 있다. 추상과 구상,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현대미술의 중요성은 구상미술의 극치 속에서 존재한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평론가도 있다. 적어도 창작의 세계에서만은 옛 과 현대가 함께 지향하는 상오 견제와 보완하는 구실을 하면서 발전할 때 미술은 꽃 피우는 것이며 예술이 지향하는 그 본질에 접근해 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혹간은 구상미술을 고루(古壘)하다고 생각하는 지인이 있다면 이는 큰 착각이며 능력이 부족한 아집으로밖에 판단이 안 된다. 어느 구상계의 노(老)화가는 그림을 거꾸로 세워놓고 보아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주어진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며, 그 공간속에 얼마만큼 작가가 염원하는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작가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라고 한다. 이는 추상이든 구상이든 마찬가지 아닌가.


 
조성호, 안나푸르나 남봉, 652x53cm, Oil on Canvas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고 어느 정점에 도달하면 바로 정체성(停滯性)에 빠진다든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는데 조성호 화우는 나름대로 자기세계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끈임 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창조의 길을 계속 가고 있다. 수년전 나와 화우가 일본에 갔을 때 동경 도미술관 도서관에서 임직순 화백의 스승인 하야시 다께시(林武) 화집을 어렵게 찾아 감동 있게 본 기억이 난다. 일본 구상회화의 화성(畵聖)으로 일컫는 작가의 경지는 정말 그림으로서 성인의 경지에 도달한 듯 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만한 작가가 나오지 않는 단 법이 있나. 우리도 이제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으로 조성호 화우도 앞으로 20년 이상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미술의 공적인 활동(여러 미술단체장, 미협 부이사장 등)으로 정력과 시간을 많이 할애해 왔는데 이제 주어진 시간, 작품 활동에 전념하여 좋은 작품 많이 창작하고 한국의 화성이 탄생되길 기원한다.

회화는 형과 색으로 이루어지지만 글이란 말(言語)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잘 쓴 글이라고 해도 미술 작품을 대행할 수는 없다고 한다. 더구나 짧은 식견(識見)의 글로 어떻게 혼신을 다한 작품을 다할 수 있겠는가. 훌륭한 작품전에 누가되지 않기를 염원하며 다시금 작품전을 축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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