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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어쩐지... 봄바람... - 최한동展







최한동, 어쩐지....봄바람, 130.3x24.4cm, Mixed Media, 2012






전시작가  최한동(Choi Handong)
전시일정  2013. 03. 20 ~ 2013. 04. 07
초대일시  2013. 03. 20 PM 6:00
관람시간  Open 11:00 ~ Close 18:00

갤러리 한옥(GALLERY HANOK)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30-10
T. 02-3673-3426







어쩐지... 봄바람... - 최한동展

박영택(미술평론가)

캔버스 바탕에 얹혀진 미디엄으로 인해 자연스레 형성된 요철을 지닌 질감 및 분방한 방향성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이를 매개로 해서 나무와 꽃들을 그려 나가는 최한동의 작업은 우연적인 효과와 영감에 기인한 자동기술적인 그림에 가깝다. 반면 그러한 바탕작업은 결과적으로 매화나무와 나리꽃, 나팔꽃과 해바라기, 수련과 새 등으로 가시화 되어 안착된다. 다분히 이중적인 구성이 한 화면의 표면에 겹쳐 있는 형국이다. 바탕에 깔린 미디엄은 예기치 못한 상황성을 마련해주며 영감적인 그림의 동기를 유발시켜 나가는 한편 그렇게 마련된 재질감에 조응해나가면서 혹은 부분적인 수정을 가하면서 자신의 기호적 도상인 매화 등을 그려나간다. 캔버스 바탕은 구축적인 배경을 만들어가면서 질량과 볼륨으로 부풀어 오른다. 그것은 종이 안으로 삼투되는 전통적인 동양화 그리기에서 벗어나 있다. 피부를 덮어 나가고 그 위에 구축적인 질서로 설정되는 그런 그림이다. 흡사 벽화적이다. 반면 그는 여전히 전통적인 체재를 반복해서 다루고 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현대적인 문인화' 라 부른다.


 
최한동, 어쩐지....봄바람, 45.5x3.0cm, Mixed Media, 2012


내면적인 정신세계의 시각적 구현, 문기(文氣)와 아취(雅趣)를 바탕으로 하는 격조 높은 이념의 경지를 보여주는 그런 문인화인가? 성리학적 사유로 무장된 문인사대부들의 철학과 우주관, 수행적 차원에서 기능 하는 그림이 아니라면 동시대인의 삶과 욕망(현대인들의 내면세계와 정신)을 드러내는 차원에 걸려있는 그림, 그렇게 해석된 문인화라고나 할까? 글쎄 이를 문인화라는 범주 안에서 사고할 수 있는지는 모호하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해방 이후 월전(月田)이나 남정(藍丁), 산정(山丁) 등의 그림 역시 그것을 문인화, 신문인화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수묵 담채에 간결한 필선, 도상적인 역할을 하는 고사(高士)나 사군자의 빈번한 차용만으로는 형식적 모방에 머물 수 있는 여지는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전통적인 윤리관과 세계관, 우주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그것과는 완연히 다른 서구적 삶의 틀과 사유관을 받아들인 오늘날과 같은 상활에서 외형적 틀만이 유지될 수는 없기에 그렇다. 사실 오늘날 문인이란 존재 역시 부재한 것이 아닌가? 물론 여전히 한 사회에서 지식 인상은 존재하고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지식인상은 무엇이며 그 주체에 의해 구현된 그림은 가능한가, 지식인미술이란 것은 또 지식인 미술이란 것은 가능한가 등의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최한동, 어쩐지....봄바람, 45.5x53cm, Mixed Media, 2012


전통사회에서 기능했던,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었고 그것을 담당했던 주체들의 정신적 수양, 정치적 함축, 은일(隱逸)의 수사학적 성격을 띄었던 문인화란 것을 오늘날 그림자체가 지닌 외형적인 형식이나 특정 소재, 혹은 동양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근대 서구에서 성립된 '미술(Fine art)' 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비적 삶의 수행과 그러한 세계관, 윤리관, 우주관의 수행적 차원에서 얘기되던 그림이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전히 우리가 문인화를 얘기할 수 있고 나아가 동시대의 문인화란 것이 가능하다면 또한 그것을 조형화 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은 무엇일까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지점이 분명 동양화의 전통과 현대를 논의하는데 다분히 의미 있는 지점 이 될 것이다. 최한동은 전통사회에서 논의되던 문인화의 성격과 특질들을 현재 자신의 삶과 문화 안에서 다시 환생시키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전통적인 문인화가 보여주는 의미를 새롭게 번안해내는 선에서 표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최한동의 작업은 채색화로 이루어진 현대적 문인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셈이다. 강렬한 색체의 힘과 거칠고 두꺼운 질감효과, 선염적이기도 하고 농담의 표출도 지닌 그러면서 강력 분무기로 압착시키는 등의 여러 방법적 효과를 연출하면서 채색화를 통해서도 문인화적인 분위기가 가능한가를 묻고 있다. 그런가하면 정신성을 강조하는데 반해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또 다른 문인화를 꿈꾸는 것이다. 여백과 선, 격과 운치, 섬뜩할 정도의 필선의 경지 등으로 대변되는 그간의 문인화에 거스르는 이런 형식적, 방법론적 시도는 결론적으로 문인화도 시대적 변화를 겪고 새롭게 거듭나야한다는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셈이다.

또 하나 이전 문인화가 다분히 문인사대부, 당대지식인들만의 사유적, 정신적 세계 안에서 소통되는 체계였다면 그의 그림이 지향하는 대상은 보편적인 대중들의 정서와 미감(한국인이 공유하고 있는 모종의 감성)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한국적인 서정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측면은 그의 그림에 붙는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어쩐지 ‥‥봄바람' , '다시 서정으로... .' 등이다. 나로서는 그 신파조 감성 , 혹은 흥건한 멜로적 서정성으로 농후한 제목이 작가의 의도와 미술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준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는 최한동 개인의 기질과 성향. 감각과 정서에서 나오는 근원성과 맞닿아 있다. 그것은 아마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연유한 삶의 경험과 가치, 자신의 고향, 외할머니의 대한 회상 등으로 인해 형성된 정서관(할머니의 생애를 통해 반추하게 된 정신성과 욕망의 이원적 분리와 억압 등에 대한 회상, 본능을 억제해야 했던 전통사회의 여인들, 윤리성과 본능 사이의 괴리 등), 가치관. 문화적 전통 등등으로 아울러 그에 덧붙여진 유년의 기억과 몽상, 욕망의 형상화이기도 하다.


 
최한동, 어쩐지....봄바람, 100x100cm, Mixed Media, 2009


나로서는 그의 작품 중에서 매화 그림 (어쩐지... 봄바람)이 흥미롭다. 그것은 기존에 흔하게 접하는 사군자의 매화그림도 아니고 정교한 채색화로 그려진 그림도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유사매화의 도상화, 패턴화 된 그림으로 보인다. 붉은 바탕에 시커먼 나무 둥치와 줄기, 그 위에 팝콘처럼 터져 피어 나오는 흰 매화꽃은 강렬한 색채대비와 형태상의 대조 등에서 시각적 자극을 강하게 유인하는 그림이다. 밑 작업으로 시술된 미디엄을 타고 형성된 나무줄기는 다소 기이하게 뒤틀리고 엉켜있다. 그 형태는 여러 상들을 떠올려준다. 다분히 관능적인 상상력을 은연중 자극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짙은 적색을 배경으로 타오르듯이 서있는 나무의 형상은 이상향으로서의 낙원상, 유토피아적 산수의 현대적 풍경으로 위치한다. 그 위에 흰색의 매화꽃은 순결과 정초함으로 환하다. 선으로 그려진 매화가 아니라 색면으로 밀착된 이 꽃그림은 나무줄기와 배경과 대조되면서 어쩌면 성과 속이 한데 엉킨, 정신과 욕망이 분리되고 이원화되기보다는 그 두 개가 하나로 연루된 세계상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외도를 반영한다. 아마도 이런 매화꽃이 현재우리 미술 문화 속에서 가능한 매화/문인화는 또 아닐까 한다. 근원 김용준이 그의 수필집에 썼던 매화에 대한 단상은, 오늘날 더 이상 가능치 않아 보인다. 근원과 최한동의 거리만큼이나. 틈만큼이나 현재 우리 한국화는 급박한 변화와 모색의 과정에 서있어 보인다. 그이 매화그림이 의미가 있다면 바로 그 지점에 서 있기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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