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夢•緣 몽•연 - 석용진展
▲ 석용진, 忘還期, 75x5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空寂, 145x6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喫茶去, 40x4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茶半香初, 40x4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妙用時, 40x4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동양에서의 ‘기(氣)의 의미’, 즉 중국에서의 기의 의미는 중국 철학의 특징을 인식 하는 거와 같다. 이는 서체(書體)를 통해 형상화하는데 서체의 기(氣)라 함은 인류 최초의 창제(創製)가 문자였고, 문자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작가 석용진은 바로 이러한 문자의 서체에서 영적(靈的) 교감을 취하고 ‘기(氣)’를 받아 ‘획(劃)’의 운용을 이용하는데 이러한 기의 조절에 따라 전체 글씨 사이에 리듬감을 주며, 또한 기가 실린 글자의 크기와 필획의 굵기에 따라 변형과 대비가 이루어져 새로운 조형과 형태미가 자연스러운 기운으로 흐르게 하여 생동감을 주는 것이다. 작가는 최소한의 표현 요소인 선과 암시적인 대상물, 꽃이나 새, 인물 등을 함께 버무리되 조화롭게 묘사함으로써 그림의 내 ? 외부를 연결하는 새로운 조형원리를 좇고 있다.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의 상호작용, '비어 있는 것'과 '차 있는 것'의 만남. 작가의 문자 회화는 바로 이러한 절대적 존재성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의 작품 테마로 내세운 “夢?緣(몽?연)”은 조선조 숙종 때의 문인이던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의 유명한 소설 ‘구운몽(九雲夢)’을 패러디한 것으로 인간의 희로애락, 생명의 영혼성 등을 정제되고 세련된 색채에 담아내어 문자와 어우러진 인간상으로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 현대적인 소재로 희화화한 이들 작품에서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비평적 태도에 근거를 두고 인간사회의 제도나 인간과 사회의 악행, 우행, 모순, 불합리 등을 냉소적으로 드러낸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교화를 목적으로 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인 성진이 우매하고 인간적인 생각 때문에 육관대사로부터 윤회의 고통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소유로 환생해 첫 여인인 진채보와 만나는 장면에서는 김만중의 원작소설처럼 말 타고 가는 모습이 아니라 빨강색의 멋진 스포츠카가 등장하고 흔히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한 외모의 남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月到天心處, 145x6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一片心, 40x4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含禪風, 75x5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虛船, 145x6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虎步, 72x40cm, 장지에 혼합기법, 2011
작가 석용진의 작품에는 이렇듯 위트와 유머가 넘쳐난다. 꿈 속 묘사 장면에서는 300여 년을 훌쩍 뛰어 넘어 골프를 즐기는 현대판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팔선녀의 형상 속엔 명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프라다(PRADA), 헤르메스(HERMES), 샤넬(CHANEL) 같은 현대 여성들의 허영과 사치를 표상하는 문구들이 어김없이 등장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모든 부귀영화는 한낱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드러내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서예에 기반을 두되 다양한 현대적 안료 등을 써 현대적인 미감을 추구하되 주로 대작 위주로 총 90여점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