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박항률展 



 
꽃그늘 The Shade of Flowers, 2012, Acrylic on Canvas, 97x145cm






전시작가  박항률(Park Hangryul)
전시일정  2013. 12. 06 ~ 2014. 01. 04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
가나아트 부산(Gana Art Busan)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1405-16
T. 051-744-2020







인간 내면의 고독한 아름다움

정호승(시인)

나는 때때로 박항률 화백의 그림 속 인물이 되고 싶다. 박화백의 그림 속에 있는 인물을 볼 때마다 혹시 내가 저 그림 속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가 그만 내가 박화백의 그림 속에 고요히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적인 행보해질 때가 있다. 어느 봄날의 가장 아름다운 날, 꽃들이 만발한 산속에서 꽃바구니를 무릎 위에 얹어놓고 엷은 미소를 띠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은 어쩌면 전생의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어디 소녀뿐이랴. 비둘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비둘기를 꼭 껴안고 그 동안 아무한테도 말 하지 못했던 내 삶의 이야기를 그 비둘기에게 고백하고 있는 듯하다.



 기다림 Yearning, 2012, Acrylic on Canvas, 73x60cm




 
나비와 소녀 A Young Girl with a Butterfly, 2013, Acrylic on Canvas, dia 38cm


 
대화 A Dialogue, 1971, Oil on Paper, 35.5x25cm


박화백의 그림에는 꽃과 새가 많이 등장한다. 그는 이 세상의 많은 꽃들 중에서 매화를 가장 많이 그린다. 아마 매화가 지닌 고매한 인고의 순결성을 닮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꽃의 특징을 섬세하게 살려가며 그린다기보다 꽃의 이미지만을 가지고 그린다. 그래서 그의 화폭에서 피어난 꽃들은 모든 은유의 꽃이다. 나는 박화백의 그림 중에서 젊은 여인의 머리 위에 작은 새 한 마리가 고요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늘 숨이 딱 멎는다. 인간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저 새는 바로 내 영혼의 구체적 모습이다. 만일 내 영혼의 모습이 날카로운 돌멩이거나 구겨진 지폐라면 그 얼마나 부끄러운가. 내 영혼이 한 마리 새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오늘의 내 삶이 맑고 순결해야 하나 그렇지 못해서 박화백의 그림 앞에서 늘 내 심장은 멎는다.

나는 또 박화백의 그림 속 인물과 새가 서로 한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저 새와 소녀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잔뜩 귀를 기울이며 나 나름대로 무한한 상상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러다가 그만 내가 그림 속의 인물이 되어 그 새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다. 한번은 나도 모르게 그 새에게 "난 너를 사랑해!"하고 말한 적도 있다. 박화백에게 새는 인간 영혼의 존재다. 그는 "사람과 가장 가깝고 친근한 새이기 때문에" 참새와 비둘기를 가장 많이 그린다.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노트르담 성당에서 모이를 가진 한 중년남자 주변으로 새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인간과 새가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 중앙광장에서 비둘기떼들이 인간과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 것을 보고 인간과 새의 영혼이 서로 교감하는 일체된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

박화백이 새를 그리게 된 것은 대학생 때부터다. 처음에는 새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을 많이 그렸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구절에서 대학생 박항률은 '참나'를 찾아가는 구도적 자기 탐구의식이 발로되었다. 알을 깨고 나온 새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라는 그러한 인식은 지금도 그의 그림에서 주조를 이룬다. 박화백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새를 많이 그린다"고 말한다. 이 말은 바로 박화백이 그림으로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내면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말이다. "새와 꽃은 내 인생의 동행자이자 동반자의 의미를 지닌다"는 그의 말 또한 자연적 존재야말로 인간이 동반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새는 항상 인물이나 사물의 끝에 앉아 있다. 그는 인물의 머리 위나 손가락 끝에, 또는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있는 새를 그린다. 심지어 한 마리 나비나 잠자리조차 대금이나 풀잎의 끝에 앉아 있게 한다. 왜 그럴까. 그러한 가장자리의 세계, 끝의 세계, 그 절정의 세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화백은 지상과 천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솟대 끝에 앉아 있는 새의 이미지를 빌려온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인간 고독의 극단을 의미하는, 절대고독의 세계라고 말하고 싶다. 박화백은 인물을 그리되 여러 사람을 그리지 않는다. 그의 그림에 군상(群像)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화폭에는 항상 단 하나의 인물만 등장한다. 이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림 속에 보이는 인물은 다른 사람을 모델로 그리는 것 같지만 실은 나를 그리는 것이다. 내 존재에 대한 다양성을 드러내고 비쳐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속에는 소년도 있고 소녀도 존재한다. 그림 속의 인물이 조용히 앉아 있지만 실은 그런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 속의 '고요한 동적(動的) 인물'에서 나는 외로움보다는 고독을 느낀다. 그의 인물은 항상 고독한 존재다. 고독은 상대적이고 사화적 의미를 지니는 외로움과 달리 절대적이고 존재적 의미를 지닌다. 절대자와 인간인 나라는 존재 사이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부분, 그런 절대고독의 모습이 그의 그림 속 인물의 모습이다. 오늘은 "사람은 때때로 홀로 있을 줄 알아야 한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그의 그림 속 인물을 통해 묵상해본다. 절대고독의 영역에 있을 수 있는 자만이 진정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또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성찰해본다.


 
비밀 이야기 The Secret Story, 1996, Charcoal, Pastel on Paper, 76x56.5cm


 
소녀와 새 A Young Girl with a Bird, 1976, Watercolor on Paper, 26x18cm


 
소년과 비둘기 A Young Boy with a Dove, 2012, Acrylic on Paper, 101x72cm


 
응시 A Stare, 2013, Acrylic on Paper, 77.5x72cm


인생은 어느 순간에 가장 아름다워지는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고독한 성찰의 세계에 머물 때 가장 아름다워진다. 박화백의 그림 속에 앉아 자연과 하나가 될 때 나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순간을 살게 된다. 박화백의 그림을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바로 그림 속의 인물과 내가 하나가 됨으로써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박화백은 "내가 그림 속의 인물을 보기도 하지만, 그림 속의 인물 또한 나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는 객체와 주체의 경계가 사라짐으로써 고독한 영혼의 교감을 통해 서로 영원한 일체감을 형성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그림에서든 조각에서든 내 작품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나는 박화백의 그림 속의 인물과 내가 하나가 된다. 현생의 삶을 사는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기쁘다. 특히 이번 부산 개인전에서는 박화백의 청년기 때 그림과 평소 보기 힘들었던 조각까지 볼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 / 2015.06.26(금)~2015.10.04(일)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WONART
  • 2015-06-10
  • 조회 수 291

INTRODUCTION 파리 몽파르나스 전설의 화가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 ~1920)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20세기 아방가르드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에콜 드 파리(ECOLE DE PARIS)의 대표 화가이자, 35세의 짧은 생을 통해 파리 몽파르나스의 전설이 된 ...

조르조 모란디: 모란디와의 대화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2014.11.20 ~ 2015.02.25

  • WONART
  • 2015-01-09
  • 조회 수 339

조르조 모란디 조르조 모란디, <정물>, 1951, 캔버스에 유채, Museo Morandi, Bologna-Italy (V.783)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라고 말했던 모란디의 작품은 단순함과 고요함 속에서 예술과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다. 모란디는 자신이 존...

아트쇼 부산 2014 (Artshow Busan 2014) / 부산전시컨벤션센터 벡스코 BEXCO / 2014. 4. 18(금) – 4. 21(월)

아트쇼 부산 2014 (Artshow Busan 2014) 2014. 4. 18(금) – 4. 21(월) VIP, 프레스 프리뷰 : 2014. 4. 17(목) 일반오픈 2014. 4. 18(금) – 20(일) 11:00 - 19:00/ 4월 21일(월) 11:00~17:00 장 소 벡스코 제2전시장 전관 부산에서 만나는 미술의 물결, 아트쇼 ...

김창열전 / 광주시립미술관 / 2014-02-21 ~ 2014-05-06

김창열 Kim-Tschang-Yeul 전 2014. 2. 21 ~ 5. 6 2013. 2. 21(금), 오후 4시 김창열의 물방울과 회귀 홍윤리 |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은 한국 현대작가들 중 서양화단에 뿌리를 내리고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박종필展 / 박여숙화랑(PARKRYUSOOK GALLERY) 제주 / 014_0301 ~ 2014_0601

전시작가 박종필(Park Jongpil) 전시일정 2014_0301 ~ 2014_0601 관람시간 주말만 예약 관람 가능 전시장소 박여숙화랑(PARKRYUSOOK GALLERY) 제주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801 비오토피아 East 1호 연락처 064-792-7393 홈페이지 http://www.par...

김일중 회화 : 우리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 / 이랜드스페이스 E-LAND스페이스 / 2014-03-03 ~ 2014-03-28

2014 이랜드문화재단 4기 공모전시 김 일 중 Kim Iljung 우리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 □ 전시 소개 이랜드스페이스는 3월 4일(화)부터 28일(금)까지 “이랜드문화재단 4기 공모작가”로 선정된 김일중의 <우리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를 개최한다....

014 이응노미술관 신소장품전 / 대전이응노미술관 / 2014-02-25 ~ 2014-06-01

2014 이응노미술관 「신소장품 展」 - 2012-2013 미공개 기증작품을 중심으로 - 2014. 2. 25 ~ 6. 1 ● 2013 이응노미술관『기증작품 展 2007-2011』에 이은 두 번째 기증작품 展 ● 2012-2013년 동안 미술관에 기증된 다양한 장르의 미공개 고암 작품 500여점 ...

장리석 : 백수(白壽)의 화필 / 제주도립미술관 / 2014-03-04 ~ 2014-05-11

제주도립미술관 <장리석-백수(白壽)의 화필>전 개최 - 제주피난시절 수채화 작업을 포함한 140여점 전시- □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현숙)에서는 2014년 3월 4일(월)부터 5월 11일(일)까지 <장리석-백수(白壽)의 화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구상미...

驚蟄, 봄이 오는 소리 展 / 갤러리일호 / 2014-03-05 ~ 2014-03-18

 驚蟄, 봄이 오는 소리 만물의 소생과 함께 봄이 시작되는 3월! 움추렸던 마음에 따뜻함으로 넘실대는 봄의 소리를 전할 전시가 갤러리 일호에서 열립니다. 청전 이상범, 월전 장우성, 운보 김기창, 산성 서세옥 등 한국화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준비하였습니...

판타지의 유희를 꿈꾸다.Alter Ego전 / 스페이스선+ / 3.7~3.20

​ 삼청동에 위치한 스페이스선+에서 ‘2014 스페이스선+ 추천작가’로 선정된 위성웅작가의 개인전 《판타지의 유희를 꿈꾸다_Alter Ego 展》이 오는 3월 07일부터 3월 20일까지 약 2주간 열릴 예정이다. * 유리구슬 속 빛의 시선이 들려주는 또 다른 세상 이...

송지연展 / 박영덕화랑(GALERIE BHAK) / 2014. 02. 18 ~ 2014. 02. 28

송지연展 / 박영덕화랑(GALERIE BHAK) / 2014. 02. 18 ~ 2014. 02. 28 전시작가 : 송지연(Song Jiyeon) 전시일정 : 2014. 02. 18 ~ 2014. 02. 28 초대일시 : 2014. 02. 18 PM 5:00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8:00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1-10 갤러리빌...

[문신미술관] 2014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소장품전 / 신입생을 위한 조각가 문신 안내서

2014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소장품전 신입생을 위한 조각가 문신 안내서 장소 :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르네상스플라자 B2) 일정 : 2014. 2. 6 (목) - 4. 4 (금) 관람시간 : 월 10:00 am ~ 05:00 pm , 토: 11:00 am ~ 4:00 pm *일요일 및 공휴일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