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은 새로운 예술 매체를 발견해낸 미디어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탁월한 공연예술가였다. 음악에서 출발해서 시각예술로 영역을 넓혀나간 백남준에게 퍼포먼스는 전통적인 예술 장르를 뛰어넘어 관객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자유로움의 장(場)이었다. 백남준은 퍼포먼스를 통해 악기를 부수고 몸을 드러내는 파격을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이음새를 찾는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2012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전인 <더그 에이트킨: 전기 지구>를 기념하여,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재조명한다. 그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비디오와 자료부터 길거리의 해프닝, 비디오를 찍기 위해 수행한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들이 더그 에이트킨과 같이 신체와 움직임에 주목한 오늘의 비디오 아티스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해보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