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어린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모아 < 유쾌한 갤러리 > 展을 개최합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알록달록한 대형 블록으로 나들이하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거나, 만화 속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행이 지난 장난감과 온갖 잡동사니들로 이루어진 기발한 모양의 움직이는 입체작품과,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기도 하는 등 익살과 유머가 넘치는 밝고 유쾌한 느낌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재료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친근한 이미지들은 미술 작품을 너머 마치 놀이의 대상과도 같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입니다.

 
김계현, 가족

김계현은 작가 자신이 조립아트라고 명명하고 있는, 직접 고안하여 제작한 커다란 블록으로 된 입체작품을 선보입니다. 나들이 나온 가족의 모습과 강아지, 그리고 정물의 이미지들을 원색조의 블록으로 조립하여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김동현, 로봇 찌빠, Wood, Gear, Chains, Motor, 70x60x20cm, 2013

어리숙한 과학자의 발명품을 연상하게 하는 김동현의 작품 <오토포이 박사의 연구실>은 인간과 환경, 나아가 우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오토포이 박사는 작가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로 작가 자신이 모습이나 혹은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행이 지난 장난감과 온갖 잡동사니들로 이루어진 기발한 모양의 움직이는 입체작품들은 우리에게 과학자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을 연상하게 하며 유쾌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김영숙, 거리, 17초, Paper Animation, 2003

김영숙은 드로잉을 밑그림으로 한 <거리>, <구경꾼> 등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입니다.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그의 작품은 화면 속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동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한편, 개성 없이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는 현대인들의 삶과 일상을 꼬집고 있습니다.

박향미, 에이구머니나, 판넬에 아크릴릭

박향미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희화적으로 해석하고 의인화 하여 실내로 옮겨 놓고 있습니다. 창문너머로 방안을 엿보는 기린, 낚시하는 곰, 침대와 카펫 위를 자유롭게 뒹구는 동물들의 모습에 <에이구머니나>, <재미있니?> 등과 같은 익살스러운 제목을 덧붙여 우리를 행복하고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이상희, 우리는 친구-5, Digital-Photogram(scano-type), 114x80cm, 2008

이상희는 연출된 사진작업에 대한 반발로 포토그램의 일종인 렌즈 없이 입체를 스캔하여 프린트(lensless photography)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동화나 만화영화에 등장하여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던 슈렉, 텔레토비, 케로로 등 익숙한 여러 모양의 캐릭터를 한 화면 속에 모아 브로콜리 숲, 버섯 동산, 삼겹살 언덕 등의 비현실적인 배경과 합성하여 기이하고 환타지한 공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다양한 모습들을 연출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화면 속 캐릭터들은 실은 손가락 만한 크기의 조잡한 모형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위태로운 현실에 직면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도 보입니다.

 
정민제, 순자의 비밀화원

정민제는 크고 작은 천들을 잇고 바느질하여 나무와 식물을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 가상의 정원을 꾸미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따스한 색색의 천으로 만들어진 정원은 유난히 옷감이며 뜨개질을 좋아했던 엄마의 따스한 품속처럼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더불어 온전히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누구의 엄마이자 아내이기만 했던 애처로운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 순종적인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인고의 세월, 그 흔적들이 지닌 안타까움 또한 담고 있습니다.

최배혁, 어서와, 혼합재료, 가변설치

최배혁은 고양이와 함께 여러 동물과 아이들을 주된 소재로 작품을 제작합니다. 조각을 전공하였지만 평면과 입체로 자유롭게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가슴 설레던 우리의 어릴 적 즐거운 상상 속 이미지와 닮아 있습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의 작품들은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작품 <오수>는 어느 나른한 오후 졸음에 겨워 하품을 하는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 유쾌한 갤러리 > 展에서는 작품 자체의 조형성뿐 아니라 현대 미술의 독특한 형식들을 보여주는 여러 작가들의 흥미로운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작품들을 통하여 이번 전시가 즐겁고 행복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미술이 우리 생활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주변의 친근한 존재임을 인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전시와 함께 준비한 여러 가지 체험 행사와 더불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어린 시절 상상의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유쾌한 시간,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한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