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 선의 여행 ]
박찬극 개인전
『 산책, 520x320, 종이에 0.1mm 로트링 펜, 2010 』
■ 작품 평론
신 영 식 (조각가)
30년 전부터 보아온 그의 펜화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특유의 감성과 심성에서 출발하는 것이긴 하겠으나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 동양인의 자연관에 근접해 있는 것 인지. 박찬극은 계절과 목적지 없이 떠돌아다니길 좋아하며 마음속에 들어와 앉으려 하는 풍경을 만나면 우리 옛 선비들이 시 짓고 문인화 그리듯이 소담, 소박하게 그려낼 뿐이다. 그림에 부치는 마음속 글 한 줄과 함께.
박찬극은 감성적이면서도 퍽이나 섬세한 사람이다.
먹물 펜의 가느다란 선과 방점을 연상시키는 끊는 선 처리로 대상을 담아낸 그의 그림을 보면 섬세하기에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부드럽고 포근하기에 나른하기도 하다. 그림 한 점의 제작 기일을 묻자 그는 빙긋이 웃고, 나는 베틀에 앉은 여인과 삼베 한 필, 그리고 좌우로 왕복하는 북의 숫자를 연상하며 함께 웃고 술 한잔 권할 수 밖에.
박찬극은 감성적이고 섬세하며 한가한 사람이다.
건축 디자인과 조형작업을 할 때는 혼신을 다하지만 그는 곧 한가한 사람으로 되돌아온다. 옛 글에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고, 시내는 흐르고 돌은 서 있고, 꽃은 새를 맞아 웃고, 골짜기는 나뭇꾼의 노래에 메아리치니, 온갖 자연 정경은 스스로 고요한데,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 소란하다‘. 하였다. 스스로 한가할 줄 알아 고요하고, 떠돌아다닐 줄을 알아 그런 그림을 그리나 보다.
■ 작가노트
수 없이 많은 반복과 교차 속에서 가는 선들이 점차 형상화 되어가는 것에서 느껴지는 기쁨은 건축설계도면에서도 마찬가지였거니와 일상의 아름다움과 느낌을 찾아 묘사하면서 좀더 깊어지는 것 같다,
선 하나로의 그림은 마치 선의 여행이라고 할까,,,
겹겹의 고갯길과 강과 바다를 건너 이리저리 유랑하다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피곤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만족감은 정상을 등정한 등반가의 그것이리라.
맑은 계곡물의 투명함, 햇살에 비친 나뭇잎의 겹친 경쾌함, 억겁을 견뎌온 바위의 침묵 세월에 무심한 노거수의 주름살, 삶의 고뇌가 배어있는 우리들의 흔적들을 따라 펜을 달리게 하는 것이 즐겁다,
좀더 가까운 곳 좀 더 일상적인 것에서 그것들을 발견하게 될 때의 환희를 그리면서 아직은 얕은 심미안의 심지를 돋우고자 한다.
` 전 시 기 간 : 2010년12월29일(수) ~ 1월 4일(화)
` 전 시 장 소 : 갤러리 라메르 1층 (제 1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