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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1943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겨울날. 20대 초반의 한 독일 공군 부조종사는 적군인 러시아의 폭격을 받고 러시아 크리미아 근처에 추락한다. 사경을 헤매던 그를 구한 건 문명에서 동떨어진 타타르 유목민들. 그들은 상처입은 그를 마을로 데려가, 그의 얼어붙은 몸에 기름을 비벼 바른 후 모포(펠트 천)로 감싸 살려낸다. 


`유럽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지금도 전세계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독일의 거장 `요셉 보이스(Joseph Beuys.1921~1985)` 이야기다.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빼고는 요셉 보이스 작품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 당시 사용된 원주민들의 기름 덩어리와 모포(펠트 천), 썰매 등은 평생 그의 작업에서 아주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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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과 MBN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공동으로 요셉보이스를 재조명하는 전시 `요셉 보이스:멀티플`전을 16일 개막했다. 판화와 오브제, 영상을 비롯한 멀티플(multiples) 200여 점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멀티플`은 판화와 드로잉, 퍼포먼스 사진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오리지널에서 파생된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것이다. 보이스는 작품활동하면서 "너희 모두가 나의 멀티플을 가진다면, 너희는 나를 온전히 가진 것과 같다"고 말할 만큼 멀티플의 개념을 중요시했다. 올해는 요셉 보이스 탄생 9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 전시실 여섯개를 모두 쓰는 국내 최대 규모다.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각종 잡지와 엽서, 요셉 보이스의 생애를 만화컷을 통해 볼 수 있다. 1921년 독일 중부 크레펠트(Krefeld)에서 태어난 보이스는 어려서부터 동물과 자연에 친숙했다. 문화적 경계로 보면 보이스는 `플랑드르` 출신이다.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자연을 사랑하는 거장들을 다수 배출했던 곳이다. 


대중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그를 1전시실에 마련된 만화를 통해 읽다보면 생각보다 쉽게 보이스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펠트(모포)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커텐이나 스크린으로 쓰이기도 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보이스의 펠트 양복이 걸려 있다. 이 양복은 작가가 1970년 `액션 앤 데드마우스/아이솔레이션 유닛(action and dead mouse/isolation unit)`이라는 퍼포먼스를 할때 입은 옷이다. 팔과 다리가 길게 제작된 이 옷은 밑단이 없다. 허접하고 값싼 이 양복은 작가가 의미를 부여하면서 하나의 예술품으로 탄생했다. 펠트는 `보호막`과 `보온` `구원`의 의미에서 `사회의 유기적인 구조`까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를 살렸던 몸의 지방(fat) 역시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지방 덩어리는 정해진 형태가 없이 유동적이다. 딱딱한 고체 물질에서 약간의 열을 쬐면 액체로 금방 바뀔 수 있는 물질이다. 작가는 이 물질의 변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혼돈`과 `무정형` 개념을 예술에 도입했다. 


조각가인 최인수 서울대 교수는 "보이스는 예술은 늘 변하고, 개념까지도 변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토끼`와 `모자` 역시 보이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그는 늘 챙이 있는 중절모를 쓰고 다녔으며 사진이나 작품 한 켠에 모자 그림을 그려 자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토끼는 `부활`과 `번식`의 상징이다. 그는 드로잉과 판화에 토끼 이미지를 즐겨그렸고 토끼의 피를 재료로 쓰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죽은 토끼를 안고 3시간 동안 속삭임으로 토끼에게 자신의 드로잉을 설명하는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 영상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수 있을까` 등이 선보인다. 


보이스는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백남준과의 깊은 교류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 한 켠에서는 백남준과 1984년 벌였던 일본 도쿄 퍼포먼스 영상이 흐르는데, 백남준이 묵묵히 피아노를 치고, 보이스가 마이크를 잡고 코요테 소리를 낸다. 


동서양의 만남이자 원시적인 언어의 세계를 탐구했던 작가의 호기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8월28일까지. 입장료 성인 9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 02)4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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