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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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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isim 애니미즘>이라는 전시는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와 일민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이다. 전세계 도시를 순회하며 국가마다 특색에 맞게 수정 보완되고 있으며, 서울은 7번째 방문 도시이다. 이 전시는 일민미술관에서 2013년 12월 6일부터 2014년 3월 2일까지 열린다. 국내외 37팀의 작가들의 50여점의 다양한 작업과 연구 아카이브를 통해서 '애니미즘'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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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주로 '애니미즘'이라는 개념 자체와 애니미즘을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담론들을 다루고 있다. '애니미즘'은 사물이나 물체가 살아움직이고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을 뜻한다. 이는 어떠한 것들은 응당 생명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것들은 당연히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구분하고 믿는 것이다. 길초실 작가의 <The Breathtaking>은 계룡산의 영험한 무당들의 신령한 숨을 모아놓은 유리병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들으면 괜히 신비롭고 거리감을 두고 이 작품을 바라볼 것이다. 이는 합리화된 근대화된 사회에서 서구화된 의식주 환경속에서 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애니미즘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애니미즘은 단순히 미개한 믿음이 아니라, 약 40퍼센트의 사람들이 애니미즘을 믿고 있을 만큼, 애니미즘은 현대인들의 삶 속에 묻어있다.
 
하지만 <애니미즘>은 단순히 미신적이고 역사적인 오브제들을 다루는 전시가 아니며, 이러한 관점을 벗어나고자 한다. 특히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는 애니미즘을 '구분짓기'라는 관점에서 보고자 하였다. 어찌보면 애니미즘은 생명을 가진 것과 가지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경계 짓는 행동인데, 이는 식민지 약탈 과정에서 일부 존재의 특권적인 권리와도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서구사회에서는 애니미즘을 미신적이고 전근대적이며 원시적인 사상으로 구별하고, 야만적인 애니미즘을 믿는 동양권 국가들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고 정당화 하였다. 이러한 구분이 의식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켄 제이콥스의 <자본주의: 노예>, 크리스 마커와 알랭 레네의 <조각상들 또한 죽는다>, 빈센트 모니켄덤의 <어머니 다오, 거북이 같은 자> 등 많은 영상 작품들이 그러한 경계짓기를 명백하게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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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제 '구분'은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이다. 문화권마다 국가마다 다른 방식으로 애니미즘이 정의된다. 그러기에 영혼을 가졌다고 전제 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 또 근대화 시기 서양이 서구화 되지 못하고 애니미즘을 믿는 동양권 국가들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믿는 등, 한 가지 잣대를 절대적이라고 믿고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도 있으며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칸디다 회퍼의 <민족 박물관 베를린 III>는 거대한 도서관과 박물관들의 오래된 문화재와 유물들을 보존하는 과정을 대형 사진으로 포착하였다. 이는 '야만적'이라고 여겨지는 애니미즘적인 물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근대화된 인간의 병균으로부터 구시대의 물건들을 보호하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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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엽 작가의 <서울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경우는, 서울 순회전에서 추가된 국내 작품인데 한국의 전통적인 산신으로 여겨졌던 호랑이가 우리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하였다. 박찬경 작가의 <산신> 또한 포토몽타주로 과거의 신령한 존재들과 문명화된 사회를 대조하는 배치로 사진 작업을 하였다. 분명 문명화되고 합리화된 존재들이 야만적이면 전근대적인 것들을 폭력적이고 미개하다고 여기며 억압하고 부정하였지만, 각종 무기들과 수단으로 과거의 산물들을 진압하는 과정은 과연 무엇이 미개한 것이며 폭력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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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전시는,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구분짓기'의 위험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프로이트로 부터 시작된 정신분석학은, 정신변자와 정신병자가 아닌 사람을 철저히 구분하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경증, 강박증, 정장을 분류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철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펠릭스 가타리는 이러한 철저한 구분을 반대하였다. 그리고 애니미즘이야 말로 구분 되어 있는 것들의 벽을 허물고 화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철학적 사상을 토대로 안젤라 멜리토풀로스, 마우리지오 라자라토는 <배치(2010)>과 <입자들의 삶(2012)>를 통해서 일본의 애니미즘과 가타리의 철학을 탐구한다.
 
생물학에서 또한 '구분짓기'에 대한 반성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곤충들이 위장을 하는 이유는 적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이유에서 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이 조류의 내장을 분석해 본 결과, 단순한 눈속임이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은 철저히 인간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렇게 정의 내리는 것에 대하여 말하는 것인데, 이는 서구적 관전에서 애니미즘이라는 이름으로 구분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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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끝에 다달아서는 앞으로 인간이 허물어야 할 구분과,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다리아 마틴의 <부드러운 물질>은 기계와 무용수들이 교감 하는 장면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기계는 보통 차갑고 딱딱한 존재로 구분 지어 지지만, 이 영상 속에서 기계들은 마치 신경을 가지고 살아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과 같아 보인다. 또한 파울로 타바레스의 <비(非)인간적 권리>는 비(非)생물들이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기 위한 헌법 재정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어쩌면 후진국이라고 여겨지는 에콰도르에서 이러게 초월적인 구분 없애기를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시도한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계와 비(非)생물 등 앞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구분 짓기'를 넘어 다루어질 담론들을 제시하며 전시가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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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움 김혜리 인턴기자
(2013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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