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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참신성, 규모, 구상미술 여부등 고려하여 추천


[왜 名畵인가] [7] 이마동의 '남자'

이성낙 (사)현대미술관회 회장·의사 

한국 근대 회화 대표작 100점을 만난다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실에 들어서자 '남자'가 우뚝 서서 나를 반겼다. 작가 이마동(李馬銅·1906~1980)이 나에게 드넓고 아름다운 미술 세계를 열어준 스승이었으니 더욱 반가울 수밖에.

1932년 제1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한 '남자'는 이마동이 도쿄미술학교의 졸업을 한 해 앞둔 1931년 작품. 25세 청년이 젊은 '남자'를 그린 것으로,화가의 자화상인 셈이다.

내가 보성고등학교에 다니던 1950년대,그는 미술 교사였다. 작품 속 인물은 내 스승이었던 그의 몸집보다는 말라 보이지만,따스한 정감을 풍기는 미남형이었던 얼굴만은 그대로다. '남자'가 입은 감색 정장,베이지색 터틀넥 셔츠,앞 단추를 끌러 젖힌 바바리코트,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은 영자 신문을 불끈 쥔 모습에서 당시 자유분방한 '모던 보이 청년'의 기풍(氣風)이 스승의 멋진 모습과 오버랩된다.

멋진 옷차림과는 달리 배경은 어둡다. 젊은 '남자'는 현실을 외면이라도 하고 싶은 듯 먼 곳을 응시한다. '남자'의 얼굴에서 일제 강점기를 살아야 했던 한 세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힘 있는 터치가 그 무거운 분위기에 묻혀버린다. 그림 속 스승의 얼굴을 뵙고 미술관을 나오며 우리 근대 회화사의 걸작 100점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궁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한국 근•현대회화 대표작품을 선보이는《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을 10월 29일부터 2014년 3월 30일까지 덕수궁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의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9명의 수묵채색화 30점, 유화 70점 등 회화작품 100점을 엄선하여 한국회화의 진수를 살펴본다.

본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회화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 회화 반세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엄선된 출품작품들은 도전적인 실험정신에서부터 최절정기의 완숙함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의 치열한 창작의지와 열정을 담고 있으며, 관람객들과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미술가들은 망국의 설움, 일제식민지, 서구근대체제의 도입, 태평양전쟁, 제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의 연이은 전쟁, 독립의 과정, 분단의 상흔, 정치사회적 혼란과 갈등과 같은 복잡다단한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극복해 나갔다. 불안정한 시대상황 속에서 미술에 대한 무지와 미술가들에 대한 무시, 경제적인 어려움 또한 미술가들이 맞닥뜨린 시련이었다. 20세기 초 역사의 격랑 속에서 그들은 그러한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미술활동을 펼쳐나갔으며,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예술가로서 자긍심을 지니고자 노력했다.

본 전시에 출품된 100점의 대표작들은 작가들의 꺼지지 않은 예술혼의 결실이자 한국 근•현대시기의 여정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이기도 하다. 작품을 수집, 보관, 관리해온 작가, 개인소장가, 소장기관 등의 노력으로 인고의 세월을 살아남은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20세기의 정신과 삶을 오롯이 일깨워 주고 있다.


〔제1부〕 근대적 표현의 구현 (1920-30년대) 
한국근대미술은 고유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의 급변하는 사회변혁과 여러 경로를 통한 외국문화의 유입에 의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서구적인 미술의 도입은 회화분야에 있어 고희동이 1915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후 본격화되었다. 당시 미술가들에게 미술이란 유채, 수채 등의 재료, 기법과 양식, 전통적인 서화관과는 다른 조형방식, 그림을 다루고 감상하는 방식, 전시회를 비롯한 대외적 활동, 감상자들의 감상활동 등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이전에는 전혀 접하지 못한 새로운 과제였다. 1920년대부터 일본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유학한 화가들이 귀국함과 동시에 국내에서 미술을 공부한 화가들의 증가로 인해 화단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유화를 시작으로 하여 조각, 공예와 같은 장르의 구분이 생기고, 화가, 미술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미술가들은 기법과 양식에 있어서 주로 일본에서 영향을 받아 고전주의적 사실주의, 일본화풍의 인상주의를 위주로 그림을 그리고, 학습하였다. 대상의 재현을 위주로 한 사실주의 양식은 1922년부터 개최된 조선미술전람회와 1950년대 이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중심적인 영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문화정치의 일환으로 시작된 조선미술전람회는 식민지 조선에서 개최된 최대 규모의 공모전으로서 당시 전시공간과 기회가 열악했던 미술가들에게는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1920년대 후반부터 점차 표현주의, 추상미술, 전위미술 등을 시도하면서 1930년대에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다루려는 경향이 등장하고,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제 2부〕 새로운 표현의 모색 (1940-50년대) 
1940년대 초 전쟁의 여파로 화가들은 전시 체제 하의 시각매체에 동원되거나 그와 반대로 저항의 태도로서 침묵하고 그림을 그만두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1945년 광복 이후 급변하였다.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본의 영향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미술계 역시 일본에서 이제 미국과 유럽으로 바뀌게 되는 가운데 작가들은 저마다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였다. 더욱이 1946년 이후 서울대를 비롯하여 여러 미술대학이 설립되어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한 예술가들이 교수진으로서 후학을 양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들과 그들의 제자들은 광복, 식민잔재의 청산, 좌우 이념의 대립, 한국전쟁, 냉전, 전쟁을 통한 분단 등 격동의 시기를 경험하면서 사실주의 양식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여기에는 억눌렸던 개인의 내면에 대하여 성찰하고 이를 표출하려는 창작태도가 되살아난 점도 일조하였다. 광복 직후 사회적 혼란기와 한국전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가들은 작업 활동을 지속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피난생활 중에서도 전시회가 지속적으로 개최되었다. 1949년 정부에 의해 대한민국미술전람회가 개최되기 시작하여 한국전쟁 후에도 지속됨으로써 어느 정도 미술계의 명맥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점차 그러한 분위기에 반기를 든 진취적인 작가들이 1957년 모던아트협회, 현대미술가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백양회 설립하였다. 이러한 협회들은 서구현대미술의 조형이념을 따르면서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외면하는 재야의식을 표방하였다. 한편 미술의 개념이 성숙됨에 따라 1950년대부터 구상과 추상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일부 화가들은 양 쪽의 장점을 동시에 취하여 구상과 추상을 함께 그리는 양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제3부〕 전통의 계승과 변화 (수묵채색화) 
19세기 중엽까지 특수계층에 국한되어 향유되던 전통적인 수묵채색화는 개화기와 20세기 초반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서화에 있어서 종래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태도와 일본화의 영향을 받아들여 변화하려는 전통과 혁신이라는 양분된 구도를 띄게 된 것이다. 1918년 창립된 서화협회는 미술교육, 휘호회, 전람회, 작품 매매 등과 같은 전문적인 활동을 표방한 한국근대미술의 최초 미술인단체로서 1921년부터 1937년까지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서화협회는 전시 이외에도 <서화협회보>의 발간과 1923년 서화학원 개설을 통해 후진 양성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인식 전환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서화협회에 참여하고 여기에서 배웠던 많은 이들은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화단을 이끌었다. 192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시작된 조선미술전람회는 동양화부와 서양화부가 중심이었는데 수묵채색화는 이러한 공모전에 의해 본래의 전통적 예술관이 변화하게 되었다. 주제에 있어서는 기존의 실경산수화, 사군자, 서예 이외에 인물화, 풍속화, 역사화와 같은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였지만 점차 사군자와 서예의 중요도가 약화되었다. 1945년 광복 후 일본색의 탈피와 모더니즘의 수용은 수묵채색화가들에게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수묵채색화가들은 입체파(Cubism),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서양의 현대미술을 융합하였다. 또한 1960년대 이후 전위미술의 등장으로 인해 수묵채색화단은 반전통적인 조형이념과 기존의 보수적인 체제에 도전하려는 의지에서 추상미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제4부〕 추상미술의 전개 (1960-80년대) 
1960년대에는 한국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미술계에서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중견, 원로작가들이 개인전을 본격적으로 개최하게 되었으며 미술대학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화단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1970년 무렵에는 국전의 서양화 부문에서 출품되는 작품의 경향이 비구상, 추상 계통의 세력이 대거 등장하였다. 이러한 경향과 더불어 민간에 의해 기획된 전시 역시 추상미술의 전개에 박차를 가하였다. 국전의 권위에 반기를 들고 국전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미술의 정립을 위하여 1967,8년 '현대작가 초대전'(조선일보사 주최)을 시작으로 하여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한국일보사 주최), 1972년 ‘앙데팡당’전 등과 같은 전시가 개최되었다. 이러한 전시들에 힘입어 1970년대 들어서서 추상미술은 실험미술과 함께 화단의 새로운 돌파구로 간주되었고 주도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추상미술은 미술가들의 독자적인 개념과 자유로운 표현을 기반으로 허요 미술가들의 의식과 사상을 기법과 표현의 흔적, 재료의 물질감과 조화시켜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양식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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