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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 하는 곳입니다.

선생님 2009-11-05 01:00 조회 수 4636 댓글 수 1


 

 

 

빛 에너지로의 몰입 가시적이지만 실체가 없는 빛을 화면에 담을 수 있을까?

이것은 이미 ‘외광파’(Plein air) 화가들이 집요하게 탐구했던 주제이다. 그들은 색채와 자연을 빛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함으로써 찰나의 시각적 감각을 표현하고자 했다. 도성욱 역시 자연을 해석하는 유일한 요소를 빛으로 집약시킨다. 오로지 빛의 진동을 화면 안으로 환원시키려는 시도에 천착하는 작업 태도는 작가를 완전한 몰입의 세계로 인도한다. 미세한 바람에 파르르 떠는 나뭇잎들 사이로, 숲 아래로 흐르는 도랑의 수면 위로 빛들이 반사되면서 찬란한 스팩트럼의 장관이 펼쳐진다. 기념비적인(monumental) 파노라마 화면에서 빛은 그 자체로 비물질화된 것일 뿐만 아니라 빛이 접촉하는 물질을 비물질화시키는 효과도 창출한다.

가변성을 본질로 하는 현상계의 영구적인 불변성을 작가는 화면에서 빛으로부터 유출되는 비물질적인 영혼의 울림으로 표현한다. 부동적인 화면에서 어떻게 하면 이 빛의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을까? 부동성을 통해서 움직임을 창조한다는 역설을 작가는 빛의 함축적인 에너지 개념으로 풀이한다. 자연에서 빛의 흐름을 단숨에 끌어안으며 그 감동을 기억에 저장하고, 그 핵심 에너지를 다시 화면에 고정시킨다.

화면 위로 순간적으로 포착된 빛의 운동은 작품 자체에 내재한 에너지로 표출되면서 영원한 진동을 계속하고 있다. 끝없이 움직이는 빛 에너지가 함축된 화면은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힘을 발산하면서 관람자의 망막을 유혹하고 자극하면서 감각에 불을 당긴다. 이러한 효과는 실내를 어둡게 하고 오로지 작품 위로만 조명을 비추는 전시 공간에서의 조명 효과로 인해 더욱 고조된다. 이리하여 정체된 상태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빛 에너지의 실체가 확실히 드러나게 된다. 화면 위에서 반짝이는 빛들을 마치 촉각적으로 감지하는 듯한 황홀한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빛 에너지에 몰입하게 만든다.

 

 

 

 

 


태고의 풍경으로의 초대 빛과의 접촉으로부터 시작되는 도성욱의 풍경은 우리의 먼 기억 안에 각인되어 있는 때묻지 않은 가장 순수한 풍경 이미지로부터 추출된 레미니선스(reminiscence)의 공간이다. 빛과 자연의 조화와 그 둘의 상호침투 속으로 몰입하면서 작가는 여명의 순간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 어느 누구의 침범도 받은 적이 없는 한 처녀림을 창조한다. 관람자는 이 순수한 이미지 속으로, 마치 꿈에서 본 듯한, 혹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집단적으로 기억되어온 원형(archetype)의 이미지와 같은 친숙하면서도 신비한 공간으로 서서히 빠져들어 간다. 무한히 확장될 것 같은 넓은 화면을 가르는 나무들이 표현하는 대담한 수직성은 무한한 숭고(崇高)의 감정마저 야기시킨다. 이 수직적 차원은 작품의 축인 동시에 미의 축이 된다. 이러한 수직성에 의한 화면은 프래그넌스(pregnance), 즉 지각과 기억에 강하게 호소하는 평면이다. 한편, 점점 희미해지는 수직성의 미묘한 변화는 공기와 안개의 흐름을 느끼게 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안으로 유도하는 무한한 깊이이기도 하다. ‘외광파’ 화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충동적인 붓놀림과 현란한 색채와는 달리, 도성욱의 화면에서는 색채가 절제된 단색 톤의 은은한 분위기로 나타나고 붓의 자취 또한 정제되어있다. 이 침묵의 공간에서 그가 그토록 갈망하는 빛의 떨림이 지속되고 때로는 섬광이 발산한다. 이 섬광의 순간에 작가는 어떤 창조의 계시를 받고 있을 것이다. 빛과 숲이란 가시적인 요소를 통해서 작가는 명상과 관조의 세계를 창조한다. 작가는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 오묘함을 감지하면서 서정적이고 시적인 공간을 창출해낸다. 이 명상의 공간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움직이는 것과 멈춰있는 것, 눈과 마음, 침묵과 소리, 순간과 영원 사이의 변증법이 지속되는 초월의 시공간이 된다.

 

 

 

 


빛을 에너지의 개념으로 환원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도성욱의 작업은 결코 가벼운 감각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심오한 정신적인 차원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자극하는 현실의 유혹들로부터 초연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질 때, 그리고 오로지 빛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겸허한 자세를 버리지 않을 때, 그는 명멸하는 수많은 별 가운데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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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어떻게 이렇게 그릴수 있지?신기하네요..저도 빛과 비와 어둠...이런 그림을 잘 표현하고 싶어요,,아직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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