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 < 달항아리, 꽃을 머금다 >
전시일정 : 2014.12.14 ~ 12.26
전시작가 : 김초혜 개인전
전시장소 : 갤러리 푸에스토
110-521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92
관람시간 : 11am ~ 10pm
puestoart@naver.com
www.puestogall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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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하 높이곰 도다샤...
누구나 한밤에 높이 떠오른 둥근 달을 물끄러미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참 동안을 바라보면 어느새 그 맑음은 세상의 때가 묻은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그 밝음은 삶에 지친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다. 그리고 곧 달님께 나의 소망을 기원하는 것에 더하여, 타인을 염려하고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이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게 한다.
자식의 앞날을 위한 기도를 하고, 남편과 아내,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가족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는 마음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달하 높이곰 도다샤/어기야 머리곰 비치오시라/어기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녀르신고요/어기야 진 데를 드디올세라/어디이다 놓고시라/
어기야 내 가논 데 점그랄세라 _ 정읍사 (백제 가요)
행상 나간 남편을 걱정하고 위해(危害)을 입지 않을까 염려하는 아내의 마음이라지만, 어디 이러한 마음이 단지 아내인 여인의 마음에만 있겠는가.
하늘 높이 떠올라 내님의 발밑을 비추시기를, 그리고 어둡고 두려운 길 앞에서 한 발작을 옮겨놓는 그 누군가의 측은하고 안쓰러운 발밑을 비추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싶다.
우리는 누구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느끼고, 삶의 고통과 마주하며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지만 또한 희·노·애·락과 삶의 고통을 겪어내고 살아가지 않으면 결코 성숙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삶속에서 벅찬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들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나의 작업 안에서 달항아리는 나와 타인의 삶을 비추는 달빛 같은 따뜻한 밝음의 상징이다.. 그리고, 넉넉한 형태와 희고 맑은 깔끔한 자태의 당당한 모습으로 그 안에 모두를 품을만한 비움과 여백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래도록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이 비워지고, 타인을 향한 기도를 할 수 있는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달항아리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위안을 줄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닮아야할 품성과 덕성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이다.
비록 그림 한 점이 사람의 마음을 비추고 위로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겠지만, 나의 작업 안에서 바라고 소망하는 의미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전해져 그것이 타인을 향한 따뜻한 밝음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은 공감을 통한 소통이며, 치유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부디 마음 안에 맑고 밝은 달하나 품고 살아갈 수 있기를, 내 안을 밝히고 타인의 길 또한 비추어 주는 넉넉한 밝음으로... ( 작가노트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