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올려두었습니다.

김동원 2007-06-29 06:48 댓글 수 0

천재와 상상력

 

김옥렬   

 

천재(genius)는 그 어원에 따르면 원래 남성의 생식력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창조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그 후 의미가 변해서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따라다니며 사람의 운명을 이끌어주는 수호신을 뜻하는 말이 되고, 현재에는 천재의 의미가 천부적인 재능, 특히 창조적 능력이 탁월한 행위를 가정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을 신과 동등한 높이에 두려고 하는 근대적이고 인간주의적인 이상개념이지만, 천재의 궁극적 가치를 인간이상의 힘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신비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를테면 천재는 의식적 능력의 행위가 도달할 수 없는 연적 성격을 창조행위로서 나타낸다는 것이다.

 

칸트는 천재를 '자연이 그것에 의해 예술에 규칙을 부여하는 심적 소질(心的素質)'이라고 규정한다. 이것은 예술가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내는 독창성이 천재의 첫 번째 특징이며 칸트는 이것이 '목적없는 합목적성'에 의해 가능하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천재는 곧 '자연의 총아(寵兒)'이다. 그리고 괴테에 의하면 천재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자연성을 데모니쉬(damonisch,악마적, 초자연적)한 힘으로 보고, 천재성을 영감과 무의식을 통해 긍정적인 삶의 힘으로 이끄는 창조력으로 규정한다.

 

또한 현대의 정신의학의 입장에서 보면 예로부터 천재라고 일컬어진 인물의 대부분이 다소 정상에서 벗어난 정신병적 경향을 나타내었다는 것을 볼 때, 천재와 광기의 유사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천재는 반드시 어떠한 적극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광기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다만 천재적인 예술가는 종종 갑작스런 초인적인 힘에이끌려 자신의 의지와 사고를 떠나 거의 무의식에 빠지게 되며 때로는 열광과 황홀의 상태에서 창작에 임한다는 것이다. - 마치 보다 높은 무언가가 그의 손을 통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inspire) 같다는 의미에서 - 미학에서는 예술가에게 일어나는 이러한 힘을 영감(inspiration)이라 부른다. 이러한 영감 속에서 예술가는 기교나 숙련 등의 의식적 작업을 벗어나 반드시 어떤 가치 있는 작품을 창조한다. 이와 같이 영감은 작품을 통해서 객관적인 가치를 실현한다. 바로 이러한 천재적인 영감이 실현될 때 비로소 천재와 광기(혹은 기발한 착상이나 무의미한 열광)와의 구별은 확연해 진다. 따라서 천재는 단순한 광기와는 구별되는 상상력(imagination), 이를테면 예술의 참된 근원으로서의 상상력이 전재되어야 한다.

  ▲▲▲

상상(想像)은 그 어원인 그리스어 現出시키다(phantasein)에서 나타나듯이 의식 속에 직관적 심상을 떠올리는 작용을 의미한다. 상상은 심상에 의한 사고로서 심상의 직관성과 감정적 가치를 본질적 계기로 하며 심상의 흐름 그 자체에서 성립한다는 점에서 사고와는 분명히 다르다. 상상은 직관적 창조성을 그 본질로 하는 것이고 이는 예술창작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상상이 단지 몽환적이고 극단적으로 비현실적인 심상을 만들어내는 공상적 능력의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시인인 콜리지는 공상(fancy)과 상상을 구별했다. 예컨대 공상은 단순히 흩어져 있는 소재를 자유로이 결합하여 하나의 통일로 만드는 능력을 말하고, 보다 깊은 의미에서 상상은 공상의 능력을 전재로 하면서도 인간의 주관일반이 정립되는 때에 나타나는 높은 창조력에 의해 생기를 발한다. 이와 같이 예술적 상상은 가장 깊은 의미에서 독창성의 능력으로 해석되며 천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심적 능력으로 간주된다. 뿐만 아니라 상상력은 천재개념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예술에 있어서 궁극적 가치개념이기도 한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예술작품을 창작한다고 할 때 이미 그 순간부터 상상력이 작용한다. 이러한 상상은 현실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로운 세계를 향유해 나가는 개성적인 세계이며, 동시에 독자적인 세계를 능동적인 삶의 가능성으로 열어 주는 세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술을 창작이라 함은 자유로운 심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작에 대한 열망을 가진다는 것이며, 이를 고안이나 계획에 의하지 않고도 전체의 형상을 의식에 포착해 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로 예술가의 영감이나 상상력이 내포된 예술작품은 그 생명력이 끊임없이 살아나 非천재의 잠자는 영혼을 깨우게 될 것이다.

 

출처 http://www.postgallery.co.kr/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많이 헷갈리는 채도의 개념

색상의 진하고 엷음을 나타내는 포화도(飽和度)라고도 하며, 아무것도 섞지 않아 맑고 깨끗하며 원색에 가까운 것을 채도가 높다고 표현한다. 가령 칸나꽃의 빨강과 팥의 빨강은 비슷한 명도(明度)를 가지지만 칸나 쪽이 훨씬 선명하며, 따라서 채도가 높다고...

수채화와 유화의 채색순서는 왜 다른가?

  • 미술 이론

수채화는 밝은색부터 먼저 채색하고 점점 어두운색으로, 유화는 어두운 색부터 점점 밝은색 순서대로 보통 채색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채색을 할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데 가장 시간과 공이 덜드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어두운 색...

붓으로 만들어지는 모질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자.

화가의 기법이 천차만별이듯이 그림붓도 사용되는 털의 종류, 모양 등에 따라 많은 타입이 있다. 또 그 평가도 화가의 기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그 미묘한 요구를 폭넓게 만족시키는 붓만들기는 오랜 역사에서 길러진 장인(CRAFTSMAN)의 손에 의한 것...

조형요소 설명 (점, 선, 면,형, 명암,색, 질감, 공간)

  • 미술 이론

1. 점 :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로, 모든 형태의 근원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연속적인 점은 입체가, 방향감, 동세를 느끼게 해 준다. 2. 선 : 점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선은 사물의 윤곽을 나타내기도 하고 공간을 구분하며 때로는 덩...

그림을 그리기까지 무엇을 해야 할까?

  • 미술 이론

1.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나타낼 소재를 찾는다. 2. 소재가 정해지면 무엇으로 그릴지를 정한다. 수채화로 그릴지 유화, 혹은 드로잉으로 표현할지를 정한다. 3. 어떠한 도구로 그릴지가 정해지면 주제에 맞는 화면의 크기와 가로세로 비율을 정하고 준비...

색에 따른 빛 반사율표

반사광을 좀더 이론적으로 설명할수 있는 자료입니다. 예를 들어 정물화의 바닥천의 색깔에 따라 올려진 물체에 반사되는 빛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이해을 돕기위한 자료로 활용할수 있을것 입니다. 표를보면 채도가 가장 높은구간이 반사율이 18퍼센트군요....

거장을 낳은 ‘우울한 뇌’…‘예술가와 우울증’

거장을 낳은 ‘우울한 뇌’…‘예술가와 우울증’ 피카소는 화가였던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됐고 우울증까지 나타났다. 이런 경험으로 그의 작품에 절단된 신체가 등장하거나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

천재와 상상력

  • 미술 이론

천재와 상상력 김옥렬 천재(genius)는 그 어원에 따르면 원래 남성의 생식력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창조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그 후 의미가 변해서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따라다니며 사람의 운명을 이끌어주는 수호신을 뜻하는 말이 되고, 현재에...

그림을 이해하는 법

  • 미술 이론

그림을 어떻게 보죠?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한편의 그림을 제대로 읽어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림이란 것이 다보여주는 듯해도 숨겨놓은 것이 너무 많은 탓이다.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살던 시대의 교양이나 상징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한폭의 그...

빛(light)에 대하여

-빛(light) 조형예술에 있어서 빛이란 사물의 외관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빛은 암흑 속에 밝혀진 손전등이나 촛불처럼 빛자체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면 그 방향성을 가지고 확산되는 물리적 성질상 단독으로 존재하는 일은 ...